고려시대 냥줍후기.txt
고려 중기의 문관 이규보는 무인정권에 아부하는 입신출세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좋지 않은 인물이지만 어려서부터 시와 문장에 뛰어났으며 즉흥시를 쓰기로 유명했다고합니다.
그가 고양이를 얻으며 쓴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得黑猫兒(득흑묘아)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다]
보송보송한 털은 푸른색을 띠고 細細毛淺靑
동글동글한 눈은 짙은 초록이라 團團眼深綠
생김새는 범 새끼 견줄 만하고 形堪比虎兒
우는 소리에 벌써 강아지 겁먹네 聲已懾家鹿
붉은 실로 목줄을 매어주고 承以紅絲纓
참새고기 먹이며 키웠더니 餌之黃雀肉
처음엔 뛰어올라 발톱을 세우다가 奮爪初騰蹂
꼬리를 살랑이며 점차 길들여지네 搖尾漸馴服
내 예전에 살림이 가난한 것만 믿고 我昔恃家貧
중년까지 너를 기르지 않았더니 中年不汝畜
쥐 떼가 제멋대로 날뛰어서 衆鼠恣橫行
날카로운 이빨로 집에 구멍뚫었네 利吻工穴屋
네가 우리 집에 있은 뒤로는 自汝在吾家
쥐들이 이미 기를 펴지 못하니 鼠輩已收縮
어찌 담장만 온전할 뿐이랴 豈唯垣墉完
됫박 양식도 보전할 수 있으리 亦保升斗蓄
너에게 권하노니 공밥만 먹지 말고 勸爾勿素餐
힘껏 노력하여 이놈들을 섬멸하라 努力殲此族
나중에 쓴 시가 하나 더 있는데요.
그건 밥만 축내고 아무일도 안 하는 고양이를 꾸짖는 내용입니다
[責猫(책묘) 고양이를 꾸짖다]
감춰 둔 내 고기 훔쳐 배를 채우고 盜吾藏肉飽於膓
이불 속에 잘도 들어와 고르릉대는구나 好入人衾自塞聲
쥐떼가 날뛰는 게 누구의 책임이냐 鼠輩猖狂誰任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횡행하네 勿論晝夜漸公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