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전

후배 밥 사준 썰


그 육중(?) 한 몸으로 자꾸 들이대더라. 첨엔 얘가 화가나서 배치기를 하는줄 알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백. 와. 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게 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 정말 그런 분위기도 하나도 없었고 상상조차 하지 않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게 고백해서 혼내주자 라는 걸 당하는 쪽의 기분이랄까?


 


나는 여친이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알고 있단다. 이미 내 친구 누군가에게 물어봤겠지. (그땐 카톡이 없어서 프사 같은게 없었음 문자 시절이라) 그랬더니 나에게 그러더라.


 


날 가지고 논거냐고.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내가 뭘 했던가? 술이 취해서 손을 잡았었나? 단둘이 영화를 봤나? 데이트를 했나? 꽤 길었던 시간을 단시간에 스캔했다. 단연코.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황당 당황 봉황당 하고 있던 새에 그녀는 울면서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여기서 내가 얘를 터치하고 뭘 더 챙겨주면 안되겠단 생각에 그녀의 여자 동기들에게 그녀를 부탁하고 나는 황급히 그 회식을 빠져나왔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과의 여자애들 사이에서 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당연히 다음날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 일에 대해서 물어봤고, 나는 완전 사귀는 것처럼 다 해놓고 딴 여자랑 양다리를 걸친 놈이 된것이다. 단둘이 학교 밖을 벗어 난 적도, 손한번 잡아 본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녀 말로는 이미 암묵적으로 그녀와 나는 사귀고 있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었다는데, 소설도 그런 소설이 없었다. 


 


그녀는 선동했다. 나를 나쁜놈으로 만들기 위해서. 공부도 잘했던 친구라 굉장히 전략적으로 선동했나보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이 일이 여친과의 관계에 영향이 없을수도 없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여친이 나에게 물어봐왔다. 지금에야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분명히 여친이 알게끔 공작을 했으리라.


 


여친과 그 일 때문에 헤어진건 아니지만 당시에 그거에 해명을 하느라 진을 뺐다. 왜 내가 하지도 않은일에 해명을 해야 되는지 억울했지만 열심히 해명했다. 그리고 과 사람들에게도. 그러나 내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찌나 철저하게 선동했는지 내말은 잘 믿지 않더라. 



그녀를 불러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외로워서 그랬단다. 나랑 만나고 싶어서. 나는 역정을 냈다. 나는 너따위 싫다고. 그만하라고. 그녀는 욕지기를 내뱉고는 돌아섰다.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는 서로의 욕지기였다. 



여자애들은 나를 보고 수근덕 거리는 것 같았고, 정신적으로 힘든 학과 생활을 보내다 나는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갔다. 


 


그녀는 스트레이트로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다는 소문만 들었다. 한참이 흐른 후 동문 모임에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동기 핸드폰으로 카톡 프사를 보니 단발머리에 더 육중해진 몸으로 미혼의 삶을 사는것 같았다.


 


사건 이후로 남자동기들과는 전혀 교류 없이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하니, 내가 잘못한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나는 이제 아무한테나 쉽게 친절을 베풀지 못한다. 내가 베푼 친절이 독이되어 돌아 올 수도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밥은 아무한테나 함부로 사주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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