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와이프 기일이었다.
어제 와이프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아직도 어색한
장인어른과 술 한 잔을 했다.
공기마저 조용했다.
와이프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슬픔보다는 놀랐던 기억이 더 크다.
억울했다.
솔직히 인간극장처럼
구구절절 사연이 있거나
그러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이제 못 보는구나.
나는 또 혼자구나.
와이프 옷 같은 건 정리했는데
물건은 치우지 못했다.
화장품과 향수 깨진 휴대폰.
그냥 긴 외출을 떠난 거 같다.
오늘부터 나혼자만의 휴가다.
새벽부터 장모님이 김치를 가져다주시면서
면도 좀 하라고 하신다.
그냥 웃었다.
쉬는 날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돌려봐도 볼 게 없다.
장모님 열무김치를 먹으면
와이프랑 비빔면 먹던게 생각난다.
비빔면은 두 개는 많고 한 개는 적다.
둘이서 세 개를 끓였는데, 생각해 보면
와이프는 한 젓가락 먹고 다 내가 먹는다.
고민 끝에 두 개를 끓였다.
남았다.
침대를 바꿨다.
둘만 있던 방을 꽉 채우는
패밀리 침대는 사치라고 항상 생각했다.
4년 결혼생활 동안 아이는 안 생겼고,
와이프가 참 힘들어했다.
인터넷에 임신 관련 글들을 보면
실수로도 잘만 생기던데, 우린 그게
너무 어려웠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집 청소하러 오신다고 하셨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으신다.
점심은 와이프랑 엄마가 좋아했던
초밥집으로 예약해야겠다.
초밥집 이름이 잘 기억안난다.
이제 내 나이가 서른일곱인데
혼자 못하는게 늘어가는거 같다.
어렵다.
출처: https://www.dogdrip.net/424280624